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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AC, 창원시립미술관 - 일상의 미술관 Art on the way
2022 / Changwon-si, Gyeongsangnam-do, Republic of Korea
창원, 시립, 미술관
인구 100만의 대표적인 산업도시 창원에는 그 규모에 걸맞은 공공문화시설이 부족하다. 경남도립미술관과 창원시립문신미술관은 접근성과 규모에 있어 충분하지 못하며, 변화하는 미술관의 역할을 수용하기는 공간적 한계가 있다. 이에 창원시는 시민들의 문화, 예술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고 대표적인 문화공간을 창출하기 위하여 유기적인 미술관, 공원 안의 문화시설, 문화 재생산이라는 핵심가치를 반영한 새로운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고자 한다.
참여와 확장의 미술관
기존의 미술관은 작품 수집과 전시를 위한 공간이었다. 관객을 수동적으로 작품을 보는 것으로 제한하며, 권위적이고 기념비적인 장소로써 미술관의 전통적인 역할은 점차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래의 미술관은 개방적이고 관객의 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시민들에게 열린 일상의 공간으로서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미술관에 접근하는 심리적 저항선을 낮추기 위해 특별한 날에 가는 곳이 아닌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친근한 공간으로 계획하고, 능동적인 전시 체험과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문화의 체험과 재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공간으로 변모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형태적 기념비성의 건축물이 아니라 장소적 일상성을 더 중요한 가치로 제안하고자 창원 시립 미술관 프로젝트를 계획하였다.
사화공원
대지가 위치한 사화공원은 주변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함께 조성되었으며, 창원시의 대공원 연결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등명산의 북측에 위치하고 있다. 대지는 공원 동서로 이어지는 산책로, 등명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기조성된 야외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길 등 다양한 동선이 지나는 곳이다. 또한 미술관 지원시설로 편입될 푸른도시사업소 건물과 앞마당은 중앙공원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주변 주민들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창원시립미술관이 위치할 계획 대지는 공원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동서로 길게 위치하고 있으며, 푸른도시사업소보다는 7m 정도 낮은 레벨에 5m 단차를 둔 2개의 레벨로 평탄화 되어있다. 북쪽 거대한 높이의 주거단지는 대지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남쪽에는 등명산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주거 단지와 사화공원의 사이에 있는 대지가 공원과 주거단지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장소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계획안은 사화공원의 여러 방향의 보행 동선과 일상생활의 접근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공원과 미술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수평적인 군도형 미술관
남북으로 15미터, 동서로는 2가지 레벨의 등고 차를 활용하였다. 높은 층고가 요구된 기획전시실은 +32.5 레벨에 위치시키고, +37 레벨에서는 공원에서 연결되는 동선을 관통시켜 자연스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동서로 긴 동선을 만들었다. 관통 동선을 중심으로 매스 배치를 군도형으로 구성하여 시민들이 여러 방향에서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진입하고 지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높은 주거단지와 마주하여 맞서지 않고 공원에 순응하는 낮은 매스를 구성하고 심리적으로 접근하기 쉽고 수평적으로 누구에나 열린 배치를 계획할 수 있었다.
연결되는 공간, 유기적인 미술관
대지의 좌우에서 연결되는 동선은 산책하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전시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낮은 창들과 시민 참여형의 팝업 전시장을 다양한 크기의 야외 조각 마당과 연계하여 내부로 진입하지 않더라도 시민이 예술을 향유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의 가능성을 만들었다. 푸른도시사업소의 앞마당에서 진입 마당으로 연결되고 미술관의 조각 마당을 거쳐 다시 공원의 야외조각 마당 / 야외공연장으로 연결되어 전시장의 제한된 공간에서 확장된 외부 미술관 동선 계획을 구성하여 미술관과 공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계획하였다. 이를 통하여 공원이 미술관의 일부가 되고 공원의 일부가 미술관이 되기를 의도했다.
확장하는 내외부,
전시 관람을 위한 진입은 주로 대지의 동쪽에 위치한 로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낮게 형성된 매스와 열주로 쉽게 인식 가능하도록 계획하였고, 열린 천장 계획으로 낮은 매스의 공간감을 해소하였다. 전시의 시작은 +32.5레벨로 향하는 긴 경사로를 따라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며, 넓은 전시홀로 이어진다. 전시홀은 중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획 전시와 상설 전시를 수용하며,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유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그 활용성을 높였다. 각 전시실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전시홀에서는 외부로 이동이 가능한 여러 방향의 동선계획을 통하여 외부 야외 전시와도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육영역과 다목적 강당은 +37레벨에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별도 출입구를 두어 전시 시설과는 별도로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편의 시설 카페는 외부 조각 마당과 가까이 배치하여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가 계획한 미술관의 공간은 끊김이 없이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외부를 탐험하고 내부로 시선을 향하게 했다. 이를 통하여 예술 문화의 체험과 재생산이 가능한 일상적 사회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Art on the way_일상의 미술관
걷는 것에 대한 행위는 다양한 목적성을 가진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갈 때의 과정들은 쉽게 기억에서 사라진다. 경험의 측면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가 없이 걸을 때 비로소 몸으로 기억하게 된다. 도시 속의 공원은 목적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걷는 과정과 시선 그리고 자연의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 존재한다. 공원에서 걷다 보니 어느새 미술관의 어느 야외 공간 벤치에 앉아서 무심코 세워진 조각상을 바라보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그렇게 일상의 미술관이 되면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을 해도 되는 모임으로부터, 예술을 중심으로 놀이가 일어나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나눠지고, 가끔은 심각하고 진지한 논의가 일어나는 그런 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